관세청의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이 9억 4,524만 4천 톤에 달한다. 이 중에 99.7%가 선박에 의해 운송되었고, 총 15만 척의 선박이 우리나라 항구를 입출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에 수입된 원자재 중에 1위 품목은 원유이고 약 1억 3,400만 5천 톤이 수입되었다. 원유는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의 연료뿐만 아니라 합성섬유, 합성고무, 비료 등을 제조하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이처럼 민생과 국가 경제 근간을 좌우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지난해 수입량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어림잡아도 37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ULCC: Ultra Large Crude Carrier)과 12.1만 톤급 대형 LNG선이 1년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입항해야만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런데 만일 그 선박들이 하루라도 우리나라에 입항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할 것이다. 공장은 멈춰서고 국민들의 일상은 깨어지고 국가는 마비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대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래서 에너지를 국가 에너지안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럼 과연 우리나라 필수 소요 에너지를 차질없이 실어 나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다름 아닌 우리나라 청년 해기사들이다. 외로운 거친 바다 위에서 청춘을 보내는 2~30대 우리나라 청년 해기사들 덕분에 우리 일상과 국가의 근간이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평화로운 시기만 존재한다면 우리나라 국적 선원 대신 저임금의 외국 선원들을 고용해도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촉즉발의 살얼음판 같은 중동지역에 전쟁이 발발하거나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말이 달라진다. 누가 자기 나라도 아닌데 군수물자와 비상물품을 실어나르러 전쟁터에 배를 몰고 들어가겠는가! 더욱이 요즘 시대는 무기로 하는 전쟁보다는 기술 전쟁, 무역 전쟁, 에너지 전쟁 등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요즘같이 매일매일 다양한 전쟁이 사방에서 터지는 예측불허의 시기에는 자국을 위해 몸 바칠 수 있는 자국민 해기사가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MZ세대의 우리 청년 해기사들이 점점 바다를 떠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24년 상반기 청년층 대상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청년(19∼34세) 4천 1명 중에 69.2%가 ‘임금·복지’, 51.2%가 ‘일·생활 균형’을 좋은 일자리 기준으로 응답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워라벨과 개인 여가생활을 중시하는 MZ세대 해기사들이 기존 선박 문화에 대한 거부감과 부적응으로 인해 바다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간 일본처럼 국가 해양력의 근간인 해기사 양성 체계가 붕괴되고,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두렵다. 기성 세대들은 MZ세대들이 참을성과 직업 정신이 부족하다고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우리 기성 세대가 현재의 MZ세대들을 그렇게 길러 왔고 그들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정부는 청년 해기사들이 왜 배를 떠나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MZ세대 맞춤형 선상문화 도입,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을 통해 해기사로서의 자부심과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명약 처방을 내려야한다.
청년 해기사들의 역량은 장차 국가의 해양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우리 청년 해기사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세계 각처에서 몸소 체득한 노하우와 전문지식은 장차 우리나라 해양영토주권, 해양안보, 해양환경 분야 등을 그들이 담당할 때 국가 정책에 그대로 녹아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 그 거친 바다 위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수고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자랑스런 청년 해기사들에게 온 국민은 감사와 고마움의 큰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그 힘에 힘입어 우리 청년 해기사, 그들은 국가가 위기에 직면할 때 용기 있게 분연히 나설 것이며 가장 큰 빛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