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내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3.7%였다. 이는 지난 2013년 34.6%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심각한 것은 향후 기부 의사 비율은 39.9%로 저조하다.
특히, 교육부에서 2만4,000여명 초중고생에게 설문한 결과, 인생에서 중요한 것 순위에 1위가 돈(52.5%)이었던 것에 반해 봉사와 기부는 5.7%로 하위를 기록했다. 미래의 꿈나무들조차 나눔보다는 돈에 우선순위를 두는 상황이다.
자선냄비에 거금을 넣고 사라진 노신사, 익명으로 계좌에 이체한 후원자들의 온정이 사회의 버팀목이 돼왔다. 빈병·폐지를 모아 성금으로 내놓는 할머니의 갈라진 손에서는 짠한 감동도 일어난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보통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
개인 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기해볼 점이 있다.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부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따른다. 자칫 가진 자의 오만함과 인색함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자들의 선행에 대해 미국사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부유층 기부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줘 국민들의 98%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소액기부가 전체 기부액의 77%에 달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10년간 모금 총액 중 개인 기부금은 36%에 그친다. 사뭇 대조적이다. 미국사회에서 기부는 소수 부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유층부터 시작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 부유층 선행을 위해서는 공공선(public good)의 관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기업가에 모아져야 한다. 기부활동의 주체는 개인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 기부 주도는 언론·종교기관·공공단체가 주류다. 주체가 사라지면 기부 열기도 한순간 식어가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기부를 위해서는 개인의 ‘재능기부’ 활성화도 중요하다.
기부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자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성을 발휘하는 재능기부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금전적 기부와는 달리 개인의 능력을 활용하는 재능기부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재능기부의 가장 큰 장점은 기부자와 수혜자가 긍정적 시너지를 상호 창출한다는 것이다.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 등을 발휘하면서 봉사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재능기부 수혜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시 기부문화도 정착돼야 한다. 지난해 연간 모금액 중 70%가 연말연시에 집중됐으며 올해도 목표액의 절반 이상을 12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연말에 집중 모금하는 것은 오랜 관행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연말 반짝하는 관성적 행태에서 벗어나 평상시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공동체에 온기가 흐르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경기불황과 소득 감소로 주위를 돌아볼 여유마저 잃어버릴 지경이지만, 따뜻한 나눔을 베푸는 온정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눔은 공생을 위한 사회적 자산이다. 추운 겨울 사랑의 온도계가 오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