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유일하게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본다. 아이유와 박보검의 연기도 찰떡이었지만, 아이유의 엄마 역을 맡은 염혜란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나를 포함해 모든 TV 밖 제주의 자식들의 마음을 ‘툭’하고 건드린다. 그녀가 나올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샘이 마를 겨를이 없었다.
나의 어머니 ‘순희’. 소위 말하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제주의 아픔을 온몸으로 뚫어낸 수많은 ‘제주의 순희’ 중의 한 분이셨다. 홀로 감귤농사를 지으며 1남 4녀를 키우셨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염혜란 배우가 해녀복을 입은 모습으로 기억되듯이, 나에게 어머니는 땀으로 범벅된 농약 방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제주 여인의 삶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보며 잠시 감상에 젖어본다. 봄을 상징하는 노란 유채꽃밭과 제주바당 특유의 김녕 해변, 오롯하게 서 있는 성산일출봉 등은 여전히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그 시절 그 속에서 살아 숨 쉬었던 모든 제주 여인의 삶은 애절하고 또 애절했을 것이다. TV 속 제주 여인의 모습에, 그리고 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그 시절 모두의 어머니에게 드라마의 제목을 빌려 한마디 위로를 건네 본다. ‘폭삭 속아수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