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교육원에 근무하면서 동료, 교육생들과 울고 웃으며 보낸 모든 시간이 소중하지만 가장 큰 소득은 농촌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는 점이다.
출근길이나 근무 중 느끼는 청량한 바람과 장엄한 지리산은 지금까지 결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고 매일 바라보는 농촌 들녘은 내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아빠·남편 없이 생활하는 사춘기 아들 둘과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제외하면 자연인의 심정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소득은 4615만원으로 전년보다 3.4% 감소했다. 3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전업농가 소득은 12%나 줄었고, 특히 주축인 쌀농가와 축산농가 소득은 각각 13.6%, 31.4% 감소했다.
공익직불금이 없었다면, 그리고 통계청에서 제외한 1인 농가의 소득을 반영하면 더욱 하락폭은 크다 하니 그 심각성은 더하다. 특히 농가소득 중 실제 농사를 지어 얻는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8만원으로 가구당 월 80만원이 채 안된다.
식량안보는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다. 2022년 기준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44% 수준이고 그 중 곡물자급률은 20%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실제 쌀과 감자류를 제외하면 자급이 되는 곡물이 없다. 식량이 무기화가 된 현실에서 대한민국은 사료용을 포함해 80% 이상의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절대적 식량 부족국가 이다.
축산업은 어떠한가. WTO 출범 이후 국내 축산물 시장은 완전 개방의 길을 걸어왔다. 수입 축산물에 대한 관세는 점점 낮아지고, 수입하는 품목과 물량은 급증했다. 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곡물가격은 사료값을 계속 높이고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도 이어진다. 그리고 최근 소 럼피스킨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가축질병은 축산농가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농업·농촌이 직면한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포기하면 안된다. 농업·농촌은 국민의 생명창고이고, 숨을 쉬고 휴식할 수 있는 허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희망은 있다.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의 발빠른 대응으로 농가소득 안정과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농업 예산안을 5.6% 증액하여 식량안보와 농가소득 증대, 농가 경영안정, 재해 예방 등을 강화하고,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신산업 육성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특히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직불금과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예산을 대폭 증가했으며, 기초 식량작물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공급망을 넓혀 외부 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럼피스킨 백신 접종률은 95%를 넘어 확산이 잦아들고 있고 살처분 보상금이나 생계안정비용 등을 신속 지원해 축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농협에서도 비상방역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며 무이자 재해자금 50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방역장비 및 물품, 인력 지원 등 축산농가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다가오는 11월11일은 제28회를 맞는 농업인의 날이다. 이 날은 농업과 생명의 근간인 흙(土)이 십(十)과 일(一)이라는 글자가 합쳐져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날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힘쓴 농업인들의 노고를 생각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농협에서 근무하는 필자로서는 어떤 기념일보다 소중하고 의미있는 날이다.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은 분명 어렵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협의 노래’ 마지막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