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중에 하나인 동백꽃. 겨울이면 제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서 제주의 상징꽃이구나 하고 혼자 생각했다. 그때는 동백꽃을 제주의 상징꽃이라고 생각했고(*제주의 상징꽃은 ‘참꽃’이다.) 그래서 4.3을 추모하는데 제주의 상징인 동백꽃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백꽃이 제주4.3 추모의 매개체가 된 계기가 있다. 강요배 화백(제주, 서양화가)의 ‘동백꽃 지다’가 1992년 세상에 나오며 4.3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의 모습이 차가운 땅 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연상케 했다.
강렬했던 작품 ‘붉은 바다’는 석양에 불타는 제주 들판의 아름다움이라고.작품 ‘한라산 자락 사람들’을 볼 땐 농번기에 마을주민 단합을 위해 야유회를 떠났구나, 그런데 왜 그 힘든 한라산으로 야유회를 갔을까 하는 의문이 들며 작품의 스토리를 찾아보았다.
흔히들 보이는게 다가 아니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노을로 붉게 물든 들판은 노을이 아니었고, 야유회를 나온 주민들의 얼굴은 너무 어두웠으며, 한 떨기 동백은 너무나 처연했다.
동백꽃이 9월 서울에서 핀다. 우리 제주에서 기획·제작한 뮤지컬 ‘동백 꽃 피는 날’로 국립정동극장에서 피어난다. 70년 전의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아들, 딸들에게 그리고 바다 건너 육지사람들에게. 그들의 마음에 어떤 동백꽃이 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