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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주민이 묻고 행정과 주민이 함께 답한다

곡성군 지역혁신팀장 심세희

2019년 08월 12일(월) 13:35
[시사종합신문]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부부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한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2003년 민간단체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청원을 통한 국민참여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국가나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청원을 통해 그 답답함과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소통해 왔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항상 뜨겁다.

청원 건수가 매달 천여 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청원제도를 이용해 의견을 표출하고 공론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원 분야도 일자리, 환경, 복지, 정치, 경제, 인권, 반려동물 등으로 다양하다.

일이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청원(請願)’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헌법 제26조에는‘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기관에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청원법에 청원의 대상, 절차,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청원은 개인이 사익을 목적으로 행정기관에 대해 처분 등 특별한 행위를 요구하는 민원과는 차이가 있다. 공익을 목적한다는 점에서는 제안제도와 유사하지만 청원은 제안과 달리 공론화를 거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와 파급효과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청원제도의 가장 큰 힘은 무관심 속에 묻혀버릴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한다는 점이다. 또한 국민 다수가 참여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나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점에서 청원제도는 간접 민주주의를 보완할 대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청원제도가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국가운영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청원제도는 국가기관에 대해 권리의 구제, 위법의 시정, 복리증진 등을 실현하는 열린 민주주의 실현의 가장 적극적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자치와 분권이 강화되고 있는 최근에는 자치단체에서도 청원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주민주권을 구현하는 가장 첫 번째 단추가 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군도 ‘열린 청원제도’를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청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 군이 이렇게 청원시스템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먼저 국민의 기대와 욕구가 다양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은 사회 및 경제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행정수요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와 국민과의 위치 변화이다. 더 이상 국민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끌려가던 존재가 아니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정부와 국민과의 관계는 단순한 위치 변화가 아닌 상하전복 수준의 관계 변화가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사악한 문제(wiked problems)의 대두다. 사악한 문제들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에 얽혀 정확히 정의되지 않고,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모호해 책임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관료제적 방식에서는 사악한 문제에 직면해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핑퐁게임이 발생하기 쉽다.

이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그동안 우리 군은 행복나눔군수실, 이동군수실, 군민신문고 등 주민 소통과 참여를 위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많은 요구들이 공공성보다는 개인적 편의를 위한 사항들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있었다.

또한 군민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한 핵심 이슈에 대응할 수 없었고, 최종 결정이라도 어느 한 편의 군민들에게는 불만이 생기게 되는 등 갈등의 씨앗이 남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우리 군도 축사, 태양광, 산림개발, 환경시설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업들에 민원이 발생해 시작 단계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도 하고 심한 경우 감정적으로 대립해 지역 분란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물론 정책을 결정하고 실현해가는 일은 행정기관의 영역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 또는 생명과도 연관되는 일에 “법(法)대로 절차대로 처리했으니 아무 문제가 될게 없다.”라고 원론적인 잣대로만 답할 수 있겠는가? 주민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의 결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행정과 정책은 주민을 위해 주민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청원제도를 통해 어느 한 편에 치우지지 않은 군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다듬어 다시 공론의 장을 거쳐 성숙한 정책으로 반영하고자 한다. 우선 주민생활과 밀접한 환경분야 등의 정책결정과정에 청원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손보고 있는 중이다.

청원 홈페이지 또는 수기로도 청원을 제기할 수 있게 해 군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청원이 들어오면 적정성 검토를 거쳐 홈페이지 등 공공이 볼 수 있는 곳에 청원을 등록하고, 20일 이내 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경우 최종 청원으로 성립시킨다는 생각이다.

청원으로 성립된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교환, 군수 면담 등 적극적인 소통을 거쳐 답변이 이루어지며 필요한 경우 정책에도 반영하게 된다.

운영이 안정되면 점차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청원뿐 아니라 공공정책수립, 찬반의견이 상충되는 주요 현안, 그밖에 군정 전반의 쟁점사안에 대해 공론화함으로써 최상의 합의 결과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군민의 요구와 생각을 올바르게 행정에 반영하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 다수의 주민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주민들의 삶의 질은 물론 주인의식과 책임의식도 높아짐으로써 지방자치를 넘어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공동체가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참된 숙의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기자이름 시사종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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