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차려 먹는 점심이 귀찮기도 했지만, 무급휴직이었기 때문에 수입이 없어 혼자 먹는 밥을 푸짐하게 차려 먹는다거나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게 돈이 아까웠다.
올해 복직을 하고 나서는 점심시간은 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중문동 주변에는 은근히 맛집이 많아 매일 식당을 바꿔가며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다.
몽글몽글 흑돼지 순두부, 쫄깃한 보말이 가득 들어간 국물 진한 칼국수, 계란후라이와 김치찌개, 그리고 카페 맛집에서 라떼로 달콤하게 마무리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있으니 맛있는 음식들을 내 돈 주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을 먹다”는 의미는 공직자가 국가나 정부로부터 받는 급여, 보수 등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와 부패나 비리를 지칭하며 부정적으로 쓰이는 말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알고 나니 점심시간 내가 뜨고 있는 밥 한 숟가락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공직자로서 받은 급여가 단순히 일한 대가가 아닌 성실과 책임을 다한 몫이며 권력을 남용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음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점심시간이 되어 뜨끈하고 뽀얀 곰탕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나의 청렴 의무도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