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는 한자로 풀이했을 때 정말 재미있게 재해석 되는 경우가 있다. 청렴의 경우에는 맑을 청과, 청렴할 렴을 사용 한다. 맑을 청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므로 해석에 여지가 없지만, 廉(렴)의 경우는 청렴할 렴과 살필 렴 두 가지로 해석 될 수 있는데, 오늘은 살필 렴으로 해석 된 청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고려 무신정변 시대 이규보의 저서 ‘경설’은 주인공인 거사가 먼지가 낀 흐릿한 거울을 이용해 얼굴을 가다듬는 것을 본 나그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기어 이유를 물어 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거사는 그 질문에 추한 얼굴이 보기 싫어 일부로 흐린 상태로 얼굴을 보고 있다고 말하였고, 나그네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유연한 처세에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배웠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청렴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게 아닐 가 싶다. 거사는 청렴하지 못한 세상을 보고도 그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오히려 더러워진 세상에 맞추어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나그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 모습이 잘 못 된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청렴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하고, 내가 변하고, 모두가 변해야지만 청렴의 길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에 있어 처세술도 중요하지만, 무신정변 시대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되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청렴하지 못한 일의 끝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공직자는 모두에게 맑은 거울이 되어 주어야한다. 맑은 것을 살피어 아름다운 모습을 비 칠 수 있도록 더더욱 자신을 가꾸어 모범이 될 수 있는 청렴한 거울이 되어야 한다. 잘 못 된 것을 보면 나그네처럼 묵인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공직자가 가져야할 청렴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